직장생활을 몇 년 하다 보면 한 번쯤 자동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소득이 늘고 어느 정도 목돈도 모이면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4,000만원, 5,000만원대 자동차도 현실적인 선택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취미이자 만족감을 주는 소비이기 때문에 가격만으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재테크 관점에서 자동차를 바라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5,000만원짜리 자동차를 산다고 해서 실제 비용이 딱 5,000만원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취득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있고 이후에는 보험료, 자동차세, 주유비, 주차비, 정비비, 소모품비 같은 유지비가 계속 발생한다.
게다가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자산가치 감소까지 생각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5,000만원짜리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가정하고 실제로 내 현금흐름과 자산에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 숫자로 살펴보려고 한다.

5,000만원짜리 자동차를 사면 5,000만원만 드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숫자는 차량가격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가격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해보자.
많은 사람은 이 숫자를 기준으로 자동차가 비싼지 저렴한지 판단한다.
하지만 실제 보유비용은 차량가격보다 훨씬 복잡하다.
차를 구입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단순한 예시로 자동차를 보유하면서 매달 다음과 같은 비용이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자동차 보험료 월평균 10만원
주유비 또는 충전비 월 20만원
주차비 월 10만원
자동차세와 정비비, 소모품비 등을 월평균 10만원
총 월 유지비는 약 50만원이다.
1년이면
50만원 × 12개월 = 600만원
이다.
5년이면 단순 계산으로 3,000만원이다.
물론 실제 유지비는 자동차의 종류와 운행거리, 보험경력, 주차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가격과 자동차 보유비용은 전혀 다른 숫자라는 점이다.
5,000만원을 전액 현금으로 사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번에는 5,000만원짜리 자동차를 전액 현금으로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억원이라면 자동차를 구매하는 순간 금융자산은 단순하게 5,000만원 줄어든다.
대신 자동차라는 실물자산이 생긴다.
문제는 현금 5,000만원과 자동차 5,000만원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현금은 필요할 때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자동차는 사용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5년 뒤 자동차의 중고차 가치가 2,500만원이 된다고 단순 가정해보자.
구매 당시 5,000만원이었던 자산이 5년 뒤 2,500만원으로 감소한 셈이다.
가격하락만 약 2,500만원이다.
여기에 앞에서 계산한 5년 동안의 유지비 3,000만원을 더하면 자동차를 보유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사용하게 된다.
물론 5년 뒤 실제 중고차 가격은 차종과 주행거리, 사고이력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차량가격만 보고 구매비용을 판단하면 실제 경제적 부담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5,000만원을 투자했다면 10년 뒤 얼마가 될까?
자동차 구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있다.
바로 기회비용이다.
5,000만원을 자동차 구매에 사용하지 않았다면 다른 곳에 활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000만원을 장기간 투자해 연평균 5%의 수익률을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단순한 복리 계산으로 10년 뒤에는 약 8,100만원 수준이 된다.
즉 5,000만원이 약 3,100만원 증가한 셈이다.
물론 연 5%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투자는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고 실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구매에 사용한 5,000만원에는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었던 자본이라는 가치가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자동차 구매비용을 생각할 때는 차량가격뿐만 아니라 그 돈을 다른 목적으로 활용했을 가능성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하면 월 현금흐름이 달라진다
5,000만원을 한 번에 지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할부나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가격 5,000만원 가운데 2,000만원은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 3,000만원을 할부로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상환기간과 금리에 따라 월 납입액은 달라지지만 예를 들어 월 할부금이 약 60만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앞에서 계산한 자동차 유지비가 월 50만원이라면
할부금 60만원 + 유지비 50만원 = 월 110만원
이 자동차 한 대를 위해 매달 약 110만원의 현금이 나가는 것이다.
월 실수령액이 500만원이라면 소득의 22%다.
월 실수령액이 600만원이라면 약 18%다.
자동차 하나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주택대출이나 월세, 생활비 부담이 큰 직장인이라면 자동차 할부가 저축가능액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월 110만원 자동차 비용이 자산형성에 미치는 영향
월 110만원이라는 숫자가 장기간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계산해보자.
매달 자동차로 110만원을 사용하면 1년에
110만원 × 12개월 = 1,320만원
이다.
5년이면 단순 계산으로 6,600만원이다.
물론 이 금액에는 자동차를 이용함으로써 얻는 편의와 만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모두 손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재테크 관점에서는 그만큼 저축이나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 감소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 매달 250만원을 저축하던 사람이 차량구매 후 매달 140만원만 저축하게 됐다고 해보자.
월 저축액이 110만원 감소한다.
1년에 1,320만원, 5년이면 6,600만원 차이다.
투자수익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인 자산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를 구매할 때는 “차를 살 수 있는가?”보다 “차를 산 뒤에도 기존 저축목표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봉에 맞는 자동차 가격이라는 공식은 정말 있을까?
인터넷에서는 자동차 가격을 연봉과 비교하는 여러 기준을 볼 수 있다.
“자동차 가격은 연봉의 절반 이하가 좋다”거나 “연봉 정도의 자동차까지는 괜찮다”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은 없다.
예를 들어 연봉이 1억원인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는 부채가 없고 이미 주택도 보유하고 있다.
B는 주택담보대출이 있고 앞으로 결혼비용과 주택잔금까지 준비해야 한다.
두 사람의 연봉은 같지만 5,000만원짜리 자동차가 주는 부담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자동차 가격을 연봉의 몇 퍼센트로 정하는 것보다 자동차를 구매한 뒤의 월 현금흐름을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자동차 구매 전 확인해야 할 네 가지 숫자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에 몇 가지 숫자를 먼저 확인하면 판단이 훨씬 쉬워진다.
첫 번째는 현재 순자산이다.
현금과 투자자산은 얼마나 있고 부채는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는 월 저축액이다.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 현재 매달 얼마나 저축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세 번째는 자동차 구매 이후 예상되는 월 비용이다.
할부금뿐만 아니라 보험료, 주유비, 주차비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네 번째는 가까운 미래의 큰 지출이다.
2년 안에 결혼이나 주택구입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동차 구매가 해당 목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를 사면 집 사는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자동차 구매가 가장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목표 중 하나가 주택구입이다.
예를 들어 현재 주택구입자금으로 1억원을 모았고 앞으로 3년 동안 추가로 1억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라고 해보자.
그러려면 매년 약 3,300만원 이상을 저축해야 한다.
월평균으로는 약 275만원이다.
그런데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월 저축액이 275만원에서 165만원으로 줄어든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연간 저축액은 약 1,980만원으로 감소한다.
3년 동안 모을 수 있는 돈은 약 5,940만원이다.
기존 목표보다 약 4,000만원 이상 부족해질 수 있다.
결국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주택구입 시기가 늦어지거나 더 많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자동차를 사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자동차 구매가 다른 큰 재무목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5,000만원짜리 자동차의 실제 월 비용을 생각해보자
자동차를 볼 때 5,000만원이라는 가격표 대신 월 비용으로 바꿔 생각하면 판단하기 쉬워진다.
예를 들어 5년 동안 차량을 보유한다고 가정해보자.
차량가격 5,000만원에서 5년 후 중고차 가격이 2,500만원이라면 가격하락분은 2,500만원이다.
이를 60개월로 나누면 단순히 월 약 42만원 정도의 가치가 감소하는 셈이다.
여기에 월 유지비 50만원을 더하면 월평균 약 92만원 정도다.
취득과정의 비용이나 금융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월 비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5,000만원이라는 큰 숫자보다 매달 90만원에서 100만원 이상을 자동차를 위해 사용하는 선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렴한 차가 무조건 정답일까?
재테크만 생각하면 자동차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사람은 자산을 최대한 많이 남기기 위해서만 사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차는 취미이자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소비가 될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길다면 좋은 자동차가 매일의 피로도를 줄여줄 수도 있다.
가족과 여행을 자주 한다면 자동차가 제공하는 편의의 가치도 크다.
따라서 자동차 구매를 단순히 낭비라고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포기하고 자동차를 선택하는지 알고 있는가이다.
자동차 때문에 월 저축액이 줄어드는 것을 알고도 만족도가 더 크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자동차 때문에 주택구입이나 결혼자금 계획이 크게 흔들리는데도 단순히 월 할부금만 보고 구매한다면 이후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현금구매와 할부구매 중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자동차를 구매할 때 또 하나 고민하게 되는 것이 현금과 할부다.
현금으로 구매하면 매달 할부금을 낼 필요가 없고 금융비용도 줄일 수 있다.
반면 한 번에 큰 현금이 빠져나가면서 유동성이 크게 감소한다.
예를 들어 보유현금이 7,000만원인데 5,000만원짜리 자동차를 현금으로 구매하면 남는 현금은 2,000만원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큰 지출이 예정돼 있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할부를 사용하면 현금을 보유할 수 있지만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매달 고정지출이 늘어난다.
따라서 단순히 어느 쪽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보기보다 현재 보유현금과 금리, 앞으로 필요한 자금 등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자동차는 구매가격보다 보유기간도 중요하다
같은 5,000만원짜리 자동차를 사더라도 몇 년 동안 타느냐에 따라 경제적인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3년마다 자동차를 바꾸는 사람과 한 대를 10년 이상 타는 사람의 비용구조는 크게 다르다.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구매초기에 가치가 비교적 빠르게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동차를 자주 교체하면 가치하락이 큰 구간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한 차량을 오랫동안 이용하면 연평균 차량 구매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물론 오래된 자동차는 정비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오래 타는 것이 정답인 것은 아니다.
다만 차량 구매가격만큼이나 교체주기도 장기적인 자동차 비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5,000만원짜리 자동차를 사도 되는지 판단하는 방법
결국 자동차 구매에서 중요한 것은 차량가격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다.
5,000만원짜리 자동차를 현금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 일부를 할부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자동차를 구매한 이후에는 보험료, 주유비, 세금, 주차비, 정비비 등의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여기에 자동차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에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좋다.
“5,000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가?”보다 “이 자동차 때문에 매달 줄어드는 저축액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자동차를 산 이후에도 비상금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고 주택구입이나 결혼 같은 목표에 큰 문제가 없으며 기존 저축계획도 이어갈 수 있다면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반대로 차량 구매와 동시에 비상금이 거의 없어지고 월급 대부분이 고정비로 나간다면 자동차 가격이 내 현재 자산수준에 비해 높은 것일 수 있다.
자동차는 분명 삶의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소비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가장 저렴한 차를 선택할 필요도 없다.
다만 내가 얻는 만족과 포기하는 자산을 함께 알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좋은 자동차 소비는 가장 비싼 차를 사는 것도, 가장 싼 차를 사는 것도 아니다.
차를 사고 난 뒤에도 내 생활과 자산계획을 흔들지 않는 수준에서 내가 원하는 자동차를 선택하는 것이다.